나의 성장기록

무제

이 파랑 2026. 5. 30. 12:31

서울, 어느 공원 벤치

무 제

오늘은 하늘빛이 유난히 흐릿하였다.
달도 초생달

어느 초라한 참새 한 마리가
길다랗고 넓은 벤치에 앉아
주위의 눈치를 살핀다.

때마침 공원에는
살아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말없이 서있는 미끄럼대, 그네, 벤치…….

이 넓은 서울땅,
그 누구도 반가이 맞이해 주는 이 없는
참새의 애틋한 마음은
지금 이 순간 한구석진 벤치 위에
잔잔히 깔려져 있다.

누구도 접근치 못하는
신비로운 분위기에
참새 자신도 몸을 가누지 못한다.

그에게는 깊은 상처가 있었다.
세상에 자기 혼자 남아 있음을 알기에
그리고 자기의 비어버린 마음을 보았기에

그나마 희미하게 비치던 초생달도
지나가는 구름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둥지 없는 자신의 모습에
양 날개가 더더욱 무거워진다.

하루가 가면 또 하루가 온다는
자연 속에 끝없이 방황해야만 하는
참새의 기구한 운명은

오늘 저녁 벤치 위에서
몸을 움추리는 것으로
또다시 반복되어 진다.

— 이 종 화 —

작가의 말

오래전 젊은 시절에 써두었던 것인데요. 나만의 흔적을 남기는 일을 시작하면서, 여기에 조심히 한번 올려 봅니다.